수린 개인전《Ending Fairy》
2024. 10. 17 – 10. 31
PBG 한남
수린 작가의 두번째 개인전 《Ending Fairy》은 전통과 현대, 디지털 시대의 예술의 융합이라는 주제를 통해, 서로 다른 세 가지 시리즈가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전시이다. 작가는 한국의 마스코트 캐릭터, K-pop 아이돌, 전통 석탑 등 한국의 문화적 상징들을 현대적 시각에서 재해석하며, 작품마다 그 속에 담긴 한국 문화의 다양한 면모와 변화를 탐구한다.
전시의 제목인 “Ending Fairy(엔딩 요정)은 수린의 신작 <Idol>시리즈에서 기인한다. 작업은 4세대 케이팝 걸그룹의 시각적 특징과 팬덤 문화를 탐구하는 것으로, “엔딩 요정”은 무대의 마지막 순간에 카메라에 잡히는 멤버를 뜻한다. 작가는 4세대 케이팝 걸그룹들이 보여주는 모순된 여성성을 주목하며, 그들이 아름답고 주체적이면서도 상업적 요구에 부응해야 하는 이중적인 역할을 시각적으로 재구성한다. 여성성과 반항적인 이미지의 모순을 동시에 가진 이들은 단순한 판타지 대상이 아닌, 현대 소비 사회에서 다면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들로 그려진다. 수린은 반복되는 기호와 표상을 통해 걸그룹들이 화면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검열하고 16:9 비율의 고정된 화면 속에서 대중에게 각인되는 이미지가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과정을 시사한다.
또 다른 시리즈 <마스코트 프로젝트>는 한국 지자체의 마스코트 캐릭터들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다시 조명한다. 한국에서 아류로 취급되던 마스코트가 단순한 홍보 도구가 아닌 ‘복’을 상징하는 상징물로서 재탄생한다. 작가는 현대에서 과거의 마스코트들이 어떤 의미를 다시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전통적 기호들이 현대에서 어떻게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는지 탐구한다.
한 편 <Joyful Korea 2>와 <이모지 청자> 에서는 전통 한국 석탑을 강렬한 색채와 독특한 패턴으로 새롭게 변형한다. 기존 석탑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이며 전통 석탑의 구조와 조형미가 현대적 재료와 디지털 시대의 시각 언어로 재해석한 이 작품은 전통과 현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융합을 시도하는 예술적 실험이다. <이모지 청자> 또한 이모티콘과 청자라는 미래의 디지털 문화와 전통의 아날로그 자산을 결합한 작품이다. 작가는 전통 문화의 가치가 현대적 표현 수단과 결합해 지속적으로 재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줌과 동시에 이는 전통과 현대가 단절된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하며 공존할 수 있음을 시각화한다.
수린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전통과 현대라는 경계를 허물며, 한국의 문화를 현대적 미디어 환경과 글로벌한 감각으로 풀어낸다. 각 시리즈는 독립적인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세 작품이 연결되어 관람객에게 한국 문화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 미래까지 아우르는 입체적 경험을 제공한다.